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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카스 스와루프 - 슬럼독 밀리어네어

글솬이 2022. 5. 4. 14:14

2006, 2014년 감상

 

슬럼독 밀리어네어. 제목이 매우 모순적이다. 빈민촌과 백만장자, 인도에서 한 번, 스무 살이 되던 해에 또 한 번 감상했다. 첫 번째 감상은 책이 아닌 영화였다. 내가 처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인도에 있는 아빠에게 한 달 정도 다녀온 시기였다. 당시 몰디브 여행도 같이 다녀왔는데 거기서야 수영도 하고 놀거리가 많았지만, 인도에 있는 동안은 아빠의 아파트에서 꼼짝 않고 TV를 보는 시간이 길었다. 인터넷이 굉장히 낙후된 환경이었고 10분만 하면 다운되는 인프라에 밖에 나가 놀기는 말도 못 꺼낼 일이었다. 당시 해리포터 불의 잔까지 개봉됐었는데 그 네 편과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까지 세 시리즈를 10번 가까이 봤을 정도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 두 작품은 한국어 DVD라 자막이 있어 우리가 볼 수 있었지만, 아파트에 있는 다른 영화들은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슬럼독 밀리어네어였다. 

 

힌디어와 영어가 섞여있는 그 영화를 온전히 이해할 리 만무했지만, 어쨌든 영화를 다 보긴 봤고 뇌리에 남았던 건 마지막에 출연진이 기차역에 모여서 다 같이 춤추는 장면이었다. 어린 나이에 컬쳐숔을 받고 아빠가 해준 설명을 듣고서는 억지로 납득한 기억도 얼핏 떠오른다. 발리우드가 순수 제작되는 영화 수만 따지면 미국 할리우드보다 많을 정도로 큰 산업이고, 인도의 영화의 특징이 즐기자는 분위기여서 그런 춤추는 장면이 꼭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짧지만 강렬한 기억을 남겼던 그 작품을 시간이 흘러 스무살이 되던 해 다시 만났다.

 

소설의 내용은 단순했다. 한 가난한 청년이 퀴즈 쇼에 우승하고 천문학적인 돈을 상금으로 받는다. 하지만 실제로 그 돈을 지불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주최 측에서 청년을모함해 부패한 경찰과 함께 부정행위를 했다하라 협박한다. 위기의 순간 뜬금 없이 청년의 변호를 자처하는 변호사가 등장한다. 청년은 퀴즈의 문제들의 답들이 자신의 과거 경험과 관련있다는 이야기를 하나 둘씩 꺼내 놓는다. 스토리 하나하나가 인도의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이 단순한 오락 소설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구성도 굉장히 잘 짜여저 있고 캐릭터도 매력있지만 인도의 현실을 보여주며 비판했고, 이 소설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으며 인도 사회의 겉과 속을 알렸기 때문에 타국의 컨텐츠를 지금처럼이나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는 지금 봐서는 그게 뭐? 싶겠지만 이 작품은 꽤나 위대한 역할을 했다 할 수 있었다. 나 역시 처음 인도의 땅을 밟았던 이후로 1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이후로 몇번 더 왔다 갔다 할 일이 있기야 했지만.. ) 그렇데 아직도 처음 방문했을 때 우리나라와 정말 많이(..) 달랐던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소설을 읽으면서 장면 하나하나가 눈 앞에 그려지고 몰입도 잘 됐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영화로 이미 한국에 많이 알려진 작품이지만, 주변에 책을 추천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인도를 애(?)증(?)하기 때문이다. '인도'라는 단어를 내뱉으면 지금이나 16년 전이나 주변 사람들 반응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인도? 카레? 위험하지 않아? 반박할 여지가 없는 말이다. 그렇지만 16년 전에 학생으로, 불과 2-3년 전 직장인으로, 여행자로 인도에 다녀오면서 드는 생각은 인도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변화를 겪었고, 중국 다음으로 인구수가 많다고는 하지만 비공식적인 인구까지 따지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국가이니만큼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다양한 삶이 펼쳐지고 있겠는가. 우리나라가 두유노김치? 두유노강남스타일? 두유노비티에스?로 한정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도 역시 마찬가지다. 코딱지만한 우리나라도 그런데 인도는 어떻겠는가.

 

어쨌든 사회통합도 전혀 안되고 여러가지로 후진국의 면모도 지닌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는 소설이 바로 슬럼독 밀리어네어고, 그런 인도가 어떻게 선진문화를 향해 발전해나갈지, 그리고 현재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떠할지 내가 인도에 대해 궁금함을 가지게 된 시발점인 소설이다. 고작 몇 년 살았다고 어디까지나 외국인인 내가 그 나라를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인도에 대해 알고 흥미를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