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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글솬이 2022. 3. 28. 14:38

김연수 -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문학동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너와 헤어진 뒤로 나는 하루도 너를 잊은 적이 없었다

 

드라마남자친구에서 박보검이 송혜교와 잠깐의 이별 재회하던 순간 속초 바닷가에서 읽고 있던 , 그리고 클로즈업 문장이다. 멜로 드라마에서 인용된 문장()이기에, 당연히 연애 소설일 것이라 기대했지만, 명백한 오해였다. 책은 엄마를 찾아 나서는 입양아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소재이다. 그리고 위의 대사는 죽기 엄마가 성인이 딸을 생각하며 남긴 그리움의 말이다. 연인 사이의 대사와는 다르게 가슴이 시리다 못해 아릴 정도다. 모성애에 범접하진 못하지만 나도 모르게 울컥한 구절.

 

책의 이야기는 반복된다. 다만 바라보는 시점이 계속 바뀐다. 입양아 카밀라에서 한국인 정희재로, 그리고 그의 친모 정지은, 마지막으로 희재도 지은도 아닌우리라는 3자의 시점으로.. 시점의 전환과 반전 스토리 (자신의 친모의 죽음 과정 속에 숨겨진 진남 시에서 벌어진 노동자들의 아픈 삶과 주홍 글씨에 덧붙여 죽음에 몰리는 친모의 ), 이를 묘사하는 세밀한 필력 모두가 뛰어나다.

 

소설은 결말이 없이 끝난다. 누가 친부인지 정확히 알려주지 않고 유력한 누군가를 짐작하게 하고 끝이 난다. 끝이 끝이 아닌 느낌을 주는 이상하고 기묘한 끝맺음이다.

 

'가끔 설명하기 곤란하지만 나의 말들이 심연을 건너 당신에게 닿는 경우가 있다…. 부디 내가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당신이 읽을 있기를..이란 작가의 마지막 글을 통해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어설프게 나마 짐작해 있었다. 동일한 소재의 반복되는 이야기라도 시점의 전환 만으로 전혀 다른 스토리가 되는 것처럼, 다양한 관점과 시선을 가진 타인을 오롯이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 그래서 작가에게는 어쩌면 결말 자체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처음부터 제대로 산다면 인생은  번으로도 충분하다하지만 단번에 제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몇 이나 될까 한번 뿐인 인생에서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는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돌이킬  없다는 점에서 모두 결정적이다.

 


나라는 존재, 내 인생. 엄마가 나를 낳아서 내가 존재할 수 있었다면, 이제 내가 엄마를 생각해서 엄마를 존재할 수 있게 해야만 했다….죽은 엄마를 생각한다는 것, 그건 용감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저는 소문 같은 건 하나도 안 무서워요 사람들은 자기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 들여다본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때조차도 자기 마음 하나 제대로 모르는 바보들이니까요. 저는 자기 마음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은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 그 무지한 마음이 무서울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