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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산이론
이석원 - 보통의 존재 본문
이석원 - 보통의 존재, 달
샛노란 표지가 눈에 들어와 충동적으로 고른 책이다. 화려하고 밝은 표지와는 다르게 내용과 문체는 전반적으로 우울하다. 작가는 지치고 병든 삶 속에 하루하루 일기를 쓰듯 자신만의 생각으로 보통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일상생활을 겪으면서 느꼈던 모든 것들을 거침없이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사랑과 건강을 모두 잃은 그가 찾아낸 보통의 삶의 의미를 말한다. 우울하기 때문에 되려 마음이 가라앉게 되면서 차분히 생각하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
전반적인 스토리를 끌고 감에 있어 작가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를 특별하고 대단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으며,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고도 말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담담히 우리는 그저 보통 사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존재라고 말하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그런 너 자신을 사랑하라고 한다.
어쩌면 그래서 더 공감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특별한 사람들의 성공 이야기로 가득 찬 책들을 보면 ‘무엇이든 간에 나도 해봐야겠다’는 알 수 없는 열정과 함께, 한편으로는 나도 모르는 열등감과 패배의식으로 불편한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나를 정면으로 마주 보고, 한번 더 보듬어 주고 위로해 주는 본 책이 고맙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고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나의 평범함을 인정하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얻는 것도 꼭 필요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너무 일찍 사라져버린 많은 것들 중에 특히 아쉬운 것으로는 정서적 퇴화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좋아하던 비가 어째서 이제 단지 맑은 기분을 어지럽히는 흙탕물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을까. 아름답고 환상적이며 푸근했던 눈은 어찌하여 그저 교통을 방해하고 곧 있으면 세상을 지저분하게 만들 뿐인 번거로운 존재로 전락하게 되었는가. 마음의 노화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꿈을 앗아가 현실 밖에는 남지 않는 상태로 만들었다.
사람이 거의 일생 동안 콤플렉스의 지배를 받는 것, 다른 사람들의 평판의 지배를 받는 것, 어떤 종류의 것이든 공포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 끔찍하다. 숨겨도 솔직해도 어쨌든 벗어날 수 없다는 건 더더욱 절망적. 그러나 어쩌면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에 대해 관심이 없는지도 모른다.
본질을 아는 것 보다, 본질을 알기 위해 있는 그대로를 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것이 바로 그 대상에 대한 존중이라고. 진정으로 굳은 결속은 대화가 끊기지 않는 사이가 아니라, 침묵이 불편하지 않은 사이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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